3 Dec 2021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 삶은 순간순간의 기쁨과 오랜 지긋지긋함과 고통의 연속. 이걸 어떻게 여태 버텼는지돌아보면 참 신기하다. 하긴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건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것들도 견뎌진다는 사실이었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지긋지긋한 일들 뿐, 언젠가부터 왜 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잘해보려한 것들에는 아무것도남지 않았고 항상 결과 없는 노력뿐. 힘들었다. 과정도 결과도.
믿음에 대한 대가는 항상 배신이었고 나는 항상 버려지기만 했다.
다시 해보자, 잘 해보자,이번에는, 이젠 마지막이다… 대체 나는 몇 번 시도해야 했던 걸까. 결국 알게 된 건, 내가 원하는건 항상 돌이킬 수 없는 것, 바라면 안 되는 것이라는 것. 그래서 이젠 바라는 것도 없다. 아무것도 기대되지 않는다.
하루하루 눈뜨고 눈감고 눈뜨고 눈감고 눈뜨고 눈감고 눈뜨고 눈감고 무의미한 동작들. 이걸 계속해 나갈 이유가 없다. 왜 이어나가야하는 걸까. 물어보면 아무도 모른다.
계속 답답했다. 가슴이 죄어 숨이 턱끝에서만 겨우 쉬어졌다.
병원에 갔다. 차라리 안 갔으면 상처 하나는 덜 남았을 텐데 병신같이 또 믿었다.
왜 저는 남들만큼 못하는 걸까요. 왜 저는 남들처럼 못사는 걸까요.
그게 어때서요. 그건 ㅇㅇ씨가 몰라서 그런 거예요.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요.
남들이라고 행복하지만은 않다는거 안다.
내 말은 왜 다 똑같이 힘든데 나는 죽을거같이 힘든거냔거지 왜 나는 작은 일을 이겨내는 것도 이렇게까지 힘든거냐구.
의사는 웃으면서 철부지 취급을 했다.
나는 심각했는데...
지금까지 나는 별것도 아닌 걸로 징징대는 사람일 뿐이었다. 괜히 말했다.
내 부당함을 납득시키기 위해 설득해야하는 것 같은 이상한 시간들이었다.
이해를 바라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는데, 왜 내 상황을 인정받으려 구구절절 구차하게 또 설명하고 앉아있었는지. 아무것도 못 바꿀거 뭣하러 상처만 더 받고 아득바득 더 살아보려 했던 건지. 어차피 아무것도 안 변하는데, 나도 다 아는 것들 가르치려는 소리 밖에 들을 게 없는데. 뭘 치료하려고 했던 걸까. 듣는 의사도 곤욕이고, 나도 곤욕이고, 뭘하려고 했던 건지 모르겠다. 왜 했지. 왜.
나는 매일 죽음을 생각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다 똑같이 힘든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했던 경험을 남이 완벽하게 똑같이 할 수는 없다. 모든 건 나만이 아는 경험, 나만이 아는 감정이다.
그래도 이젠 시대가 변해서 경찰 대처도 다를 거예요,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진 않을 거예요.
나도 아는데…
말이란 건 참 쉽다.
세상은 그렇게 이론적이지 않다. 아님 나만 다른 세상에 살았던지.
안 그래도 답답해서 미쳐버리겠는데 혈관이 다 터져버릴 것같았다.
내 몸은 종종 아무 이유없이 자꾸 피가 터지니까.
이렇든 저렇든 설명해봐야 결국은 다 내가 잘못 생각한 거고 다 내탓.
내가 비이성적인 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결국 괴로운 것도 힘든 것도 아픈 것도 다 내 탓이다. 내가 나를 그렇게 만든 거니까.
약을 먹고 상담을 받고 병원에 다녀보고 좋다는 걸 다 해봐도 다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이게 나니까. 앞으로의 일을 다 아니까.
계속해나가야 할까? 왜?
이건 다 지나가고 좋은 날이 올 거니까?
드물게는 지나가지 않는 것도 있고 좋은 날은 내게 필요치도 않고 아무 가치도 없다.
이젠 그만하고 싶다.
나한테 남은 건 그것뿐.
할 만큼했다.
더 할 말도 없다.
나는 숨이 끊기는 순간에 와서야 숨을 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