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6 Mar 2021 일상

10

가족관계 해체 및 미부양 사유서를 받았다. 살다살다 별의 별 서류를 다받아 본다. 등기 하나 받고 수천만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단 걸 알게 되었다. 밉고 죽이고 싶어도 잘 살고 있길 바랐는데... 가슴이 아팠다. 속상했다. 왜 이렇게 됐는지 묻고 싶고 찾아가보고 싶었다. 근데 연락처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할 수 있는 게 사유서 작성해 내는 것 밖에 없었다. 

근데 어디사는지 알았다고 해도 이제 우리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함께 살고 다시 가족이 되면 행복하게 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이미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안다. 우리는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또 똑같은 일들을 되풀이하다가 똑같이 행동하고 그건 내 삶을 좀먹게 되겠지. 그러면 다시 이런식으로 될 것이다. 생각할수록 나를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안 태어났으면 이렇게 힘들지도 않았을 텐데. 매일매일이 고문이다.

수급자 주소를 쓰라고 하는데 이런 서류를 받을 쯤 돼서 수급자가 어디사는지 아는 가족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설명이라도 좀 해주지. 대신 기억하고 있는 주민번호를 써넣었다.

행정시스템도 어찌나 병신같이 되어있는지 10일에 받은 걸 15일까지 내라고 한다. 13, 14일은 주말이다. 우편접수 방법을 안내해 두었으면 2주정도는 기간을 잡아둬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건 몰라도 제도를 만든 사람 중에 아무도 이런 사유서를 쓸일이 없었다는 건 잘 알겠다. 

 

 

11

서류를 내고 집에 오는데 그냥 길바닥에 드러눕고 싶었다. 너무 지쳐서 그냥 죽어버리고 싶었다. 

 

 

12

자는데 새벽에 심장 쇼크같은 게 갑자기 와서 놀라서 깼다. 한창 졸피람을 매일 처방받았을 때 자주 이랬는데...

한동안 비상약을 안 먹었는데 어쩔 수 없이 오랜만에 신경안정제를 먹었다. 비상약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닌가. 그냥 심장마비 걸려서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고통도 없겠고.. 살아서 뭐하는지 잘 모르겠다.

 

 

24

오랜만에 나가보니 밖에 온통 꽃이 피어있었다. 예뻤다. 날씨가 좀 흐리고 쌀쌀했지만.

그리고 우울했다. 매년 봄은 항상 우울했던 것 같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기도 한데 내 세상은 그렇지 못하니까... 대조적으로 더 우울해지는 것 같다. 의사가 산책을 하라고 했는데 솔직히 무슨 효과인지 모르겠다. 계속 멍했고 저긴 물이 얕아서 빠져죽지는 못하겠다, 차에 치여죽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만 들었으니까.

당이 떨어져서 파리바게트에서 더블초코를 샀다. 맛있을 것 같지 않았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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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양말을 신고 밖에 나갔다. 스타크인더스트리... 이제는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토니 스타크 없는 스타크 인더스트리.. ㅜㅜ

증권사에 볼일이 생겨서 나갔다가 슈크림라떼가 이달 말까지로 연장되어 겸사겸사 스벅에도 들렀다. 주말도 아니었는데 거의 만석이었다. 뭔가.. 너무 혼돈의 도가니였다. 사람은 미어터지는데 코로나 안내는 계속 나오고... 좀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싶었는데 오늘 공부하려고 했던 부분만 빨리 끝내고 나왔다. 슈크림라떼는 맛있었다. 내년에도 마실 수 있을까. 

 

집에 가는데 딸기를 파는 게 보여서 샀다. 최근에 또 식욕이 사라지고 있는데 딸기는 아직 좋았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우리에게 남은 겨울은 백번도 안된다고, 과일 먹고 싶으면 사먹고 그러라고 했던 게 너무 인상적이어서 딸기만 보면 그 생각이 난다. 딸기는 사계절 내내 나오는 게 아니니까. 내 삶이 유한하다는 게 이렇게 와닿을 수 있다니.. 작년까지는 귀찮아서 과일을 잘 안 샀는데 이제는 안 그러려고 한다. 오늘 샀던 딸기가 내 인생 마지막 딸기가 될 지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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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김치볶음밥해줘서 먹었다. 맛있었다.

그리고 딸기도 먹었다. 맛있었다. 상태가 좀 별론 것 같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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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킹덤... 드디어 업데이트가 되고 다시 켜졌다. 들어가보니 이벤트가 하루 밖에 안남아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포기. ㅜㅜ 건물만 하나 샀다.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