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너무 좋은 책을 읽었다.
현대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작가의 통찰력과 문장력이 너무 좋은 책이었다.
외국작가의 책에서 문장이 좋다고 느끼기는 힘든 일이지만 그럼에도 언어의 장벽을 뚫고 문장이 매끄럽고 좋다는 게 느껴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을 정도.
캐릭터들 구성도 참 좋았고, ‘인생이 이런식으로 흘러갈 줄은 몰랐는데’라던 범인, ‘다음에요,’라고 말하던 사라, 아내를 사랑하고 아들을 사랑하는 경찰 아버지, 괜찮아요 아빠 하던 야크 등등 모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다 공감됐다. 딱딱한 현실에 적응하듯 살아가던 사람들이 사실은 다들 그저 평범한, 나 같은 사람이라는 게 뭔가 이입도 되고 위안도 되고, 나중에는 서로를 돕는 모습이 감동이 되는 책이었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함에 대해서 엄청 공감하면서 읽었다.
작가의 전작이 오베라는 남자던데, 약간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같은 느낌이라 손이 안 갔었다. (이미 읽은 류의 책이라서.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재밌긴 했다) 그런데 불안한 사람들을 읽고 나니 전작들도 다 읽어보고 싶어졌다. 지금 읽고 있는 것들을 다 읽고 나면 꼭 읽어보려고 한다. 으으 재밌어ㅜㅜ
뭘 증명하려고 할 필요 없어요. 누구에게도 뭐든 증명하려고 할 필요 없어요. 당신은 그러지 않아도 충분히 훌륭해요.
도둑질은 해도 될까? 아니다, 안 된다. 그건 우리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누군가의 마음을 훔칠 때만 예외다. 그건 낭만적이니까. 아니면 파티에서 하모니카를 불어대는 인간에게서는 하모니카를 훔쳐도 된다. 그건 공익을 위하는 길이니까.
작가의 위트도 참 좋았다.
어떻게 항상 행복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그럴 시간이 있겠는가. 대부분은 그저 하루를 버티느라 안간힘을 쓰는 것을.
우리는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서로 사랑하자’고 하지 않나? 그렇게 서로 약속하지 않나? 아니면 내가 잘못 기억하는 건가? ‘아니면 둘 중 한 명이 지겨워하기 전까지 서로 사랑하자.’ 이거였나?
누구나 어렸을 때는 얼른 어른이 돼서 모든 걸 직접 결정하고 싶어 하지만 어른이 되면 그게 가장 힘든 부분임을 깨닫는다
“다음에요.”
“그 말씀을 들으니 좋네요.”
“뭐가요?”
“다음이 있다는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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