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고

이기철 -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320x100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 있었던가

  껴입을수록 추워지는 것은 시간과 세월뿐이다

  돌의 냉혹, 바람의 칼날, 그것이 삶의 내용이거니

  생의 질량 속에 발을 담그면

  몸 전체가 잠기는 이 숨 막힘

  설탕 한 숟갈의 회유에도 글썽이는 날은

  이미 내가 잔혹 앞에 무릎 꿇은 날이다

  슬픔이 언제 신음소릴 낸 적 있었던가

  고통이 언제 뼈를 드러낸 적 있었던가

  목조계단처럼 쿵쿵거리는, 이미 내 친구가 된 고통들

  그러나 결코 위기가 우리를 패망시키지는 못한다

  내려칠수록 날카로워지는 대장간의 쇠처럼

  매질은 따가울수록 생을 단련시키는 채찍이 된다

  이것은 결코 수식이 아니니

  고통이 끼니라고 말하는 나를 욕하지 말라

  누군들 근심의 밥 먹고

  수심의 디딤돌 딛고 생을 건너간다

  아무도 보료 위에 누워 있기를 말하지 말라

  위기의 삶만이 꽃피는 삶이므로

728x90
반응형